2013년 12월 23일.
유안이 돌 기념 우리 세 가족의 첫 팜 스프링 여행 두번째 날.
우리의 첫 팜스프링 두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밖을 내다보니 이런걸 청명하다고 하는거구나 싶을 정도로 깨끗한 하늘,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가 우릴
반겨줬다. 사실 엘에이에서 아침에 보던 풍경은 높은 건물의 아파트와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차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곳에서 푸르른 나무와 잔디, 탁 트인 시야, 여유있게 산책하는 몇몇 관광객들과 마주하니 이제야 우리가 여행을 왔구나 실감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깥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한 뒤
오늘의 일정. 수영 수영 수영을 시작하기로 했다.
모두 함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수영장까지는 도보로 2분? 정도.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꽤 깊은
넓은 수영장과 얕고 좁은 수영장 하나, 그리고 자쿠지 하나 이렇게 이루어져있었다. 유안이는 첨벙첨벙 한다면서 얼마나 들떠있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물이 너무 좋아요! 튜브에 둥둥 떠서 발을 어찌나 왔다갔다 버둥버둥 대던지 손으로는 물을 튀기고 발로는 물을 젓고 유안이가 제일
신나고 제일 바빴다.
물놀이 중에 유안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아빠가 물 속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유안이 앞으로 튀어나오기. 갑자기 튀어나오면 놀라면서
도 얼마나 꺄르륵꺄르륵 하던지 그 웃음소리가 다른 숙소에서 늦은 아침잠을 자고 있던 투숙객들마저 깨울정도였다.
덕분에 아빠는 물속을 수십번을 들락날락했다.
목욕을 할때는 얼굴에 물만 튀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수영장에서 놀면서 눈에 물들어가고 코에 물들어가는건 그렇게 좋은가
보다. 얼굴에 물이 잔뜩 묻어도 마냥 좋단다. 헤헤 히히. 참 듣기 좋은 소리다 :)
아무리 따뜻한 팜스프링이라지만 겨울은 겨울인지 물 속에서 나왔더니 으슬으슬 추워서 한시간 반정도의 물놀이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따뜻한 점심을 먹으며 몸도 녹이고 유안이 낮잠도 자고 - 그리고 오후에 다시 수영수영 하자!
다같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해가 벌써 지려고 -
아쉽기 전에 한번 더 수영하자며 급하게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오전보다 물이 더 차게 느껴지고 바람도 세졌다.
그래도 유안이는 어서 물에 들어가자며 복어 장난감을 들고 수영장 놀이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얕고 좁은 곳에서 놀았으니 오후에는 깊고 넓은 수영장에서 놀자하고
넓은 수영장에 유안이를 튜브에 태워 둥둥 띄워놓으니 더 작아보여 아가같은 유안이의 모습에 갑자기 풋. 웃음이 나왔다.
유안이는 어차피 이곳이나 저곳이나 다 발이 안 닿는건 마찬가지였을텐데 넓어서 그런건지 이 곳을 더 무서워했다.
아빠가 유안이가 제일 좋아하는 물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놀이를 해줬는데도 꺄르르꺄르르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국 겁나하는 표정으로 이리 저리 두리번두리번 하다 안아달라는 제스쳐에 그대로 안은채 숙소로 들어왔다.
오전보다 별거 없는 잠깐의 수영이었지만 따뜻한 물에 씻고 나온 탓인지 움츠러드는 겨울 날씨 탓인지 해가 진 탓인지 허기가 져서
Yelp 검색 후 Billy Q's 라는 피자집으로 저녁메뉴를 결정했다.
우리의 Favorite메뉴인 BBQ피자를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미국피자가 다 그렇듯 조금 짜긴 했지만 도우가 바삭하면서도 치즈 때문인지 부드러웠다.
우리는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이 음식점은 Mac & Cheese Pizza가 유명한 것 같은데 다음번에는 이 피자에도 도전해볼까. ㅎㅎ
마침 피자를 투고해 오는 동안 유안이가 살짝 잠들어준 덕분에 남편과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폭풍흡입.
피클도 좀 있었으면 좋았겠고, 디핑소스와 핫소스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그래서 더 아쉬웠던 저녁식사였다.
이렇게 팜스프링에서의 이틀이 가는구나. 오늘은 마음껏 쉬면서 수영만 했는데 얼마나 마음이 편하던지.
모든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쉴 수 있다는 여유와 마음이 얼마만인지.
이제 내일은 돌아가야 할 시간인데,
괜히 시간이 가는게 너무도 아쉬워 오늘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남편과 유안이 재우고 맥주와 영화를 보려 했건만,
유안이가 너무 수영을 열심히 했나, 갑자기 콧물이 줄줄 난다. 앗. ㅠ
내일까지 별탈없이 팜스프링 여행을 마치고 건강히 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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